'아이를 갖지 않는 것'을 선택한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익명 인터뷰 연재 '엄마가 되지 않는 우리들'. 그 결정을 내린 이유, 남편과의 관계, 지금의 심경 등 익명이기에 말할 수 있는 진심은?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아이를 낳을 것인가 말 것인가. 여성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고민이 많아진 시대. 이번 연재에서는 아이를 갖지 않기로 선택한 기혼 여성을 대상으로 익명 인터뷰를 진행했다.
“왜 아이를 갖지 않기로 선택했나요?” “파트너와 어떻게 상의했나요?” “솔직히 후회하지 않나요?” 등 얼굴로는 말할 수 없는 속마음까지 속속들이 파헤친다.
프리랜서 웹디렉터인 A 씨(가명, 56세)는 40대에 결혼했지만 임신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폐경'을 맞이했다.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한때 우울해했지만, 현재는 일에 몰두하며 충실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젊은 세대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아이를 낳지 않고 살아온 지금,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이 없는 삶은 어땠나요? IMF 이전의 산업화를 살아온 50대 여성 A씨 - 전편
아이 없는 삶은 어땠나요? IMF 이전의 산업화를 살아온 50대 여성 A씨 - 전편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을 선택한 기혼 여성에 대한 익명 인터뷰 연재 '엄마가 되지 않는 우리들'. 그 결정을 내린 이유, 남편과의 관계, 지금의 심경 등 익명이기에 말할 수 있는 진심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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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폐경기를 함께 웃을 수 있는 동성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다.
생리가 매달 왔을 때는 여행 중에 갑자기 생리가 시작되거나 빈혈이 생기는 등 힘들었지만, 생리가 끝나면 복잡한 심정이었습니다. 생리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난 한편으로는 '이제 완전히 임신을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동성 친구와 “(생리가) 끝났어~”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있으면 그 다음 달에 친구도 “나도 끝났어”라고 말하니까 또 둘이서 크게 웃었어요. 그렇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가져야 할 것은 여자친구인 것 같아요.
막상 '아이 없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역시나 마음이 좀 허전하긴 했어요. 그러던 중 몸이 안 좋았을 때부터 다니던 정신과 선생님이 '부부 둘이 어떻게 늙어갈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생활로 전환해보는 건 어떠냐'고 말씀해주셔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어요.
'아이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불임 치료를 열심히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보다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하면 더 풍요롭게 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자고요! '라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인생의 방향이 잡힌 것 같아요.
2.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같은 길을 걷는다
지금은 남편도 일이 바빠서 둘만의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하지만, '매일 같이 밥을 해 먹자'는 약속만은 꼭 지키고 있어요.
제가 주로 밥을 만드는데, 남편도 항상 도와주고 있어요. '그릇 가져와'라든가 '무 갈아줘'라든가. 본인은 잘 말하지 않지만, 이 시간이 정말 소중하고 소중히 여기고 싶어요.
남편은 집안일도 잘 해주고, 성실하고 다정다감해요. 교제 기간까지 포함하면 20년 가까이 함께했으니 할 말은 많지만, 대체로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에요
또 하나 소중히 여기는 시간은 조카와 함께 즐기는 취미입니다. 조카는 지금 30대인데, 제게 딸이 있다면 이 정도 나이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나이가 많아요.
조카가 학생 때부터 함께 놀았는데, 지금은 둘 다 공통의 취미가 있어서 함께 현장에 가거나 취미 이야기를 하면서 밥을 먹는 것이 정말 즐겁습니다.
둘이서 해외 여행하는 경우도 있어서 여행하는 기분으로 즐기고 있어요. 남편도 예전부터 조카를 무척 아끼는 편이라 저희 부부에게는 딸 같은 존재입니다.
회사원으로 바쁘게 일하던 시절을 지나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추리하는 삶을 즐기는 지금의 삶이 꽤 마음에 듭니다.
'나는 아이를 가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사실에 직면했을 때 우울했지만, 주변에 상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친구들도 제가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잘 상상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이는?”이라고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어요. '라고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어요. 저는 아무래도 그런 캐릭터가 아닌 것 같더라고요.
'만약 나에게 아이가 있다면 ……'이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그건 정말 힘들었을 것 같고, 제게는 역시 '엄마가 된 나'는 현실감이 없었어요. 지금의 이 삶을 좋든 나쁘든 '이런 거구나'라고 받아들이고 있어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해도 아마 같은 길을 걸을 것 같아요. 나는 일하는 엄마 밑에서 자라서 외로웠는데, 만약 내가 엄마가 된다면 분명 같은 일을 할 것 같아요.
일이 최우선이고, 아이는 부차적인 존재가 될 것이 뻔히 보입니다. 그래서 이 길이 좋았어요.
3. 젊은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너무 결정하지 않는 것'의 중요성
저는 40대가 되어서야 일을 잠시 멈추고 아이를 낳을지 고민할 여유가 생겼어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신체적으로 출산과 육아에 적합한 시기는 20대~30대 중반이에요. 이 간극을 어떻게든 메우지 않으면 임신과 출산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우리 세대는 '남자에게 지지 말라', '생리 때문에 일을 쉬지 말라'는 풍토가 강했기 때문에 육아를 위해 일을 쉬거나 주변에서 도와주면서 커리어를 쌓는다는 것은 역시나 어려웠을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주변에서 도와주면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요즘 젊은 친구들을 보면 '우리 때는 참아야 했는데 ……'라는 복잡한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한편, 후배들로부터 미래나 임신, 출산에 대한 상담을 받는 경우도 많아졌어요. 그럴 때면 “만약 나중에 아이를 갖고 싶을 때를 대비해 난자 동결 등을 포함한 다양한 선택지를 젊었을 때부터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이렇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한다'고 자신을 옭아매지 말고 그때그때의 자신의 감각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어요.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 '아이를 낳지 않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너무 정해놓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항상 다양한 선택지를 가지고 그때그때 변해가는 자신의 느낌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어요.
4. 인터뷰 후기
A 씨는 시종일관 밝은 모습으로 임신이 어려웠던 것도, 폐경도 아주 담담하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아이 없는 삶이 정말 괜찮은 걸까?” 라고 망설이는 세대에겐, 아이 없이 사는 선배들이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이 희망이 된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같은 길을 간다', '이 삶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이 든든했습니다.
한편,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현대 여성들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이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았습니다.
A 씨들의 시대에는 일과 가정(결혼과 육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고, 전자를 선택하면 '이래서 여자는'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남성들보다 더 자신을 깎아내려야 했습니다. 그런 시대에 싸워준 여성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에게는 조금씩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싸운 여성들' 한 명 한 명에게도 당연히 인생이 있고, 얻고 싶었던 것과 잃은 것이 있습니다. “시대를 개척하기 위해 희생된 세대"로 일괄적으로 취급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조금씩 삼키면서 조카나 일로 만난 젊은 세대의 여성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사토에 씨의 강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더 나이가 들었을 때, 아이를 낳을지 말지 이렇게 고민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으로는 내가 고민했던 것을 조금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젊은 여성들을 어떻게 대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약간의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겪은 고뇌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